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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유월, 무논에 달 가듯 오누나!

by 삐비랑 2023.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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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를 누가 감히 거역하랴, 오월과 유월 사이로 밤꽃향이 흐른다, 밤꽃 핀 유월이 오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누가 감히 거역하랴, 오월과 유월 사이로 밤꽃향이 흐른다, 밤꽃 핀 유월이 오고 있다!

유월은 무논에 달 가듯 온다, 여름 농사를 기다리는 들녘은 방방하게 차오른 논물이 잔잔히 물결친다,

벌써 밤꽃은 피어 5월이 흐르는 길목마다 밤꽃 향기 흥건할 때, 언덕 너머 고향 들녘마다 무논은 개구리울음소리 낭자할 것이리라, 임을 찾아 봄부터 울어예온 솥작새의 노래는 갈수록 애잔하기만 할 것인데, 밤꽃 향기 아카시아 향기 쥐똥나무꽃 향기 흉부에 부서지는 유월이 오월의 뒤를 좇아와 기다린다,

 

자연의 섭리를 감히 누가 거역하랴, 청신한 햇살 속을 뒹굴던 파르스름한 봄의 초목이 4월과 5월의 강을 건너 봄과 멀어지기 시작하면 파릇파릇하던 연둣빛 새잎이 푸릇푸릇한 청춘의 흉중을 닮아 깊어간다. 유월은 오월이 떠난 허전한 마음을 알고 서둘러 눈치 살피며 슬며시 찾아온 것이다, 밤꽃 내음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오월의 후미진 변두리의 밤, 무논에 맹꽁이 떼 지어 창을 할 때 유월의 관능은 흥건하기 그지없다, 질박한 모시 적삼에 달빛 스미듯 그렇게 요염하게 민망하게 유월은 끝내 오감을 흔들며 스며든다.

 

사시四時의 취흥醉興이 이보다 더 승할 때가 언제 있으랴, 숨찬 망아忘我의 노닒과 자연 친화의 절정, 초여름 흥취 출렁이는 유월의 길은 살구가 익어가듯, 앵두가 익어가듯 원숙한 여인의 옷고름을 타고 흐른다, 에움길로 살금살금 슬며시 와서 쏜살같이 숨가쁘게 지름길 찾아가는 유월의 바람, 밤꽃이 피고 맹꽁이 뻐꾸기 울어예는 유월의 길은 점입가경, 산 넘어 고개 넘어 길도 없는 온 산 온 들에 들썩인다. 황톳길 누렇게 익은 보리밭 사이로 무논을 흐르는 달빛 사이로  흐르는 유월의 길,

 

오월이 가는 길을 밝혀주는 섬초롱꽃은 신행길 떠나는 청사초롱이다!
오월이 가는 길을 밝혀주는 섬초롱꽃은 신행길 떠나는 청사초롱이다!

능소화, 수국이 피어야 유월은 비로소 풍성히 온다, 유월의 길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기다리는 임의 마음을 알아 때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약속처럼 원추리 나리꽃이 담장가에 올해도 소리소문없이 피었다, 농염하고 현숙한 화용월태花容月態의 유월이 가까이 온 것이 틀림없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계절의 흐름이나 겉과 속이 비로소 탐스럽게 무르익어야 제 맛일까, 메꽃이 피고 개꽃아재비도 흐느러지게 피어야, 삐비꽃 찔레꽃도 활짝 바람에 춤을 추어야, 개망초 물망초 봄망초 수선화 창포꽃도 흔들흔들 추임새 맞춰 어울려야, 아가의 눈망울 같은 노란 씀바귀, 아기똥풀꽃도 어울려야 유월은 웅성거리며 신바람 넘쳐난다. 

 

뻐꾸기는 뻐꾹뻐꾹 앞산에서 노래하고, 뜸부기도 뜸북뜸북 앞 논에서 울 때, 꾀꼬리가 꾀꼴꾀꼴 뒷산에서 한가로이 놀아보자고 할 때, 이 골 저 골, 이 논 저 논, 이 산 저 산, 유월은 온 세상 풍만한 숲의 가슴으로 흐른다, 숲의 가슴 뜨거운 숨결로 우리를 안아준다, 턱밑까지 숨차게 포옹한다, 품이 넓고 뜻이 깊은 자연의 포부와 풍치를 온 천하에 다 뽐낸다. 무엇을 찬양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유월의 숲과 나무는 인간에게 숨김없이 다 보여준다. 자연의 길이 어찌 사람의 길과 다를 수 있으랴,

 

삐비꽃 너울너울 춤을 추는 강언덕이 다시 그립다! 에움길로 숨어와서 쏜살같이 서둘러 가는 계절의 길...빠르다!
삐비꽃 너울너울 춤을 추는 강언덕이 다시 그립다! 에움길로 숨어와서 쏜살같이 서둘러 가는 계절의 길...빠르다!

유월은 우리의 푸른 가슴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아름다운 수필을 쓴다, 모내기를 기다리는 무논은 갈수록 맹꽁이 노래 요란할 것인데, 찰랑거리는 무논을 흐르는 달빛은 돛대도 없이 어디를 갈까, 유월이 오는 길 오월이 가는 길에 달빛만 창연하구나!

 

무논에 뜬 달이 가듯 오월은 가고 유월은 오고...!
무논에 뜬 달이 가듯 오월은 가고 유월은 오고...!

맘 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그려보는 유월의 길이 오고 있다, 꽃 피고 꽃 지는 새의 노래 화답할 때 엊그제였는데, 살구나무엔 푸른 살구가 맺혀 자라고 있다, 직박구리의 둥지에도 알들이 어미새의 품에 안겨 부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월의 하늘과 대지와 숲은 그윽이 깊어가고 있다, 푸르디푸르게 원숙한 누이의 설렘처럼 날마다 더 푸르러 가고 있다.

 

 

20230525, 삐비랑의 사소한 일상의 행복 찾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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